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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칼럼

제목

위대한 정신병 - 빈센트 반 고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1.02
첨부파일0
추천수
2
조회수
4068
내용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황색의 천재화가 빈센트는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목사인 아버지의 여섯 아이의 맏이로 출생하여 37세의 나이에 권총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였다.

젊은 엄마의 맏이로 태어나 과보호의 응석받이로 자란 그는 몸이 약하고 고집이 세고 버릇이 없어서 어른들이 다루기 힘든 아이였다. 석양의 해를 보고 빨간 해라고 말하는 어른에게 「노란 해」라고 우기는 고집 불통의 아이였고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청년이 된 그는 남들이 도무지 접근하기 어려운 이상한 분위기가 있었다.

하숙집 처녀를 짝사랑하다 거절당하고는 사람을 회피하면서 소외된 생활을 보여주는 청년시절의 그의 성격은 분열성기질이 다분히 엿보인다. 장차 화상인 숙부와 같이 미술상인이 되고자 화랑에 취직하였으나 고집스럽고, 자기판단 중심의 괴짜 처세술로 인해 쫓겨나고 아버지를 따라 목사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전도사로서의 예비과정을 마치고 지옥 같은 탄광촌에 부임하여 선교활동을 벌이지만 결과는 추방당하는 부적응이다 20대 후반에 들어서 불안과 고독을 안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이후 10년 안팎의 세월에 800여 점의 유화를 남기는 정열적인 화가의 인생을 보내게 된다. 사촌누이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하고 이듬해 창녀 크리스틴과 헌신적인 결혼생활을 시도해 보지만 예술가인 그는 생활인으로서의 남편이 되지 못하고 20여개월만에 헤어진다.

폴라첵의 「고호 전기」에 의하면 그를 진찰한 여러 의사들은 간질이라고 진단한다. 만약 간질이라면 정신 운동성 간질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정신병과 그 증상이 유사하여 뇌파(腦波)검사 결과로 판단한다. 정신분열병세라 하더라도 뇌파상 병적 소견이 나온다면 정신운동성 간질인 것이다. 이 시대에는 불가능한 진단이었을 것이다.

그의 젊은 시절의 성격 모습은 소위 괴짜의 모습인데 이 괴기한 분위기는 분열성 성격자의 모습일 수 있다. 정신분석가 나제라(1967)는 에디프스 콤플렉스로 그의 병리적 핵심을 설명한다. 즉 살부애모(殺父愛母)의 모습이라는 것인데 분석가 제도(1970)는 그를 자기애(自己愛,나르시시즘)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자화상에 집착하는 화가는 불안한 영혼의 소유자요, 자신의 정체(正體)를 항시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예술가의 전형인 데, 파리 생활 2년 간에 22점의 자화상을 그려낸 그에게 무리 없는 설명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정신역동에서 특이한 사실은 반목사(半牧師)의 일생인 종교성(宗敎性)과 자기애 그리고 피학성(被虐性, 마조키즘)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의 수많은 자화상과 미술 작품들이 자기애의 소산이었다면, 침상(寢牀)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몽둥이로 자기 몸을 두들겨 패면서 「나는 천성(天性)이 악인」이라고 고민하는 모습, 탄광촌의 지옥 같은 생활을 자원(自願)함, 귀를 자르는 충동, 권총자살 등의 자학행위(自虐行爲)는, 아마도 그의 종교성이 사춘기의 충만한 성충동을 처벌하는 징벌이요, 더 심층에는 애모(愛母)의 콤플렉스와 혼합된 별리불안(別離不安)과 형제경쟁에서 연유한 것으로 생각된다. 귀 자르기가 고갱과의 갈등에서 왔고, 권총자살은 동생의 결혼 이후 정신적 고립감의 상태에서 빚어지는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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