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NU

자유게시판

제목

불쌍한 할머니 세대: 나의, 우리들의 어머니

작성자
백발마녀
작성일
2006.11.09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612
내용
이사나간다고 선언한 후로
제일 상심하시는 분은 어머니이다.
그러나 어쩌랴!

아버지의 음주벽을 평생 힘들어하셨기에
아버지 살아생전에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으시더니 이젠
불안해하시다 못해 올고불고 술로 메우시는 나날들의 한서린 설움을
언제까지 감당하고 들어주기에는
나또한 미쳐버릴것 같음에...
각자 제 가족과 제 앞길 살피기에 바빠
자식중 어느누구도 그분이 평생을 다 주어버린만큼의 댓가를
가까이서 치루고 갚아드릴 여유가 없음을
어머니의 곁에 끝까지 남아 있는 내가 어머니의 손발이 되어드리던 것을
이젠 어딜 다니고 싶어도 마음대로 하시질 못하니...

숱많은 검은 머리와 새하얀 피부, 서글서글한 큰 눈에 훤칠한 키의 어머니는
어릴적 내 기억속에서 최고의 미인이었다.
고등학교 졸업반때 어머니가 학교 오셨을 때도 같은 반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어머니만 전혀 못한' 나의 외모를 지적하곤 했다.
오빠, 언니들에 비해서 외모에 대한 열등감은 내가 제일 심하였다.
혼자 아버지를 빼닮은 탓이다. 게다가 공부머리까지 아버질 닮았는지
빼어난 형제들에 비해 뒤쳐지는 것이 살기가 싫을 정도였다.그런데...
미에 대한 선망과 동경은, 이빨빠진 호랑이신세로 늙어가시는 어머니의
살가죽만 남은 모습으로 전이된다. 浮雲若夢하는 인생의 무상이여!
귀, 눈, 코와 다리가 제기능을 못하며 정신또한 온전치 않으시니
아무리 오빠내외가 한약, 양약으로 보양해 드렸댔자
허한 마음을 바로잡아 드릴 수가 없다.

헐벗고 굶주리며 자신 한몸 돌보지 않고
먹을 것 입을 것 온갖 가진 것 자식들에 바쳤건만도 늙어지면
자식들에 내비치지 못한 허전하고 서러운 마음으로
혼자 살고 싶어도 혼자 살지도 못하시는 처지가 되셨다.
부모, 남편 잘못 만나 온통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로 뒤덮여 살아오셨으니
당연히 부정적인 말과 생각들이 그분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그러나 어찌하리!
언제까지 어머니의 술친구되어 신세한탄 들으며 살수가 없으니...

어머니의 눈물 앞에서
굵고 힘센 팔뚝이 자식 거두시느라 어느새 뼈와 살거죽만 남은 채
자식과 손주들의 무관심속에 물러나는
고독과 질병에 찌든 우리세대 할머니들의 어두운 그늘을 떠올려 본다.

0
0
  • 김종길

    My Way and Mother's Way!

    18 년전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