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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칼럼

제목

위대한 정신병 - 토스토에프스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1.02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4220
내용
러시아의 대문호 토스토에프스키는 1821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의사였는데 알콜중독의 인생 실패자로 무료병원에서 세월을 보내는 생활이었고, 어머니는 온순하고 모성애가 가득한 현모였으나, 그의 나이 15세에 폐결핵으로 사망하였다. 형제는 모두 7남매였고 그는 둘째아들이었다. 아버지는 그의 나이 18세 때 계획적으로 학살당하였다.

그의 나이 16세에 육군장교가 되고자 공병사관(工兵士官)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원래 생활이 무질서하고 낭비벽이 심하여 빚에 몰리고 옹색한 생활을 하였다. 26세에 비밀혁명 단체와 어울려 결사운동(結社運動)에 가담한 것이 탄로나 체포, 사형선고를 받고 총살직전 황제의 특사로 시베리아에서 4년 간의 유형생활을 보내게 된다. 이곳에서 그는 간질 발작을 일으키게 되었고 1854년 징역은 끝마쳤으나 5년 간의 졸병 군복무 생활을 하게 된다.

이때에 한 유부녀와 밀애를 하게 되고 후에 남편이 죽은 뒤 결혼하게 된다. 41세 때 유럽 여행길에서 22세의 처자와 이상한 연애에 빠지고 도박 등 방탕한 생활을 한다. 빚과 생활고에 빠져 4년 간 해외도피 생활을 하기도 한다. 59세에 폐기종을 앓던 끝에 사망한다.

그는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로 당대의 평론가 베린스키의 인정을 받으면서 유명해진다. 톨스토이가 귀족 출신의 우아한 문장가라면, 토스토에프스키는 불행하고 간질병으로 고생하는 처절하고 어두운 문장가로 대비된다.

그의 인격형성과정(人格形成過程)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어린시절 부친에 대한 심각한 부정적 적대감, 부친의 학살 등이 심층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그의 창작 동기가 된 것은 정치범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일, 시베리아의 유형생활(流刑生活)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의 소설은 작가(作家) 자신이 체험한 처참한 생활배경이 바탕을 이룬다. 다시 말하면 그의 작품들 속의 어두운 주인공들은 그 자신의 분신(分身)인 셈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그의 지병(간질)이다. 「죄와 벌」의 라스코리니코프, 「백치」의 무이슈킨 공(公), 「악령」의 키리도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스멜쟈코프 등 주인공이 모두 간질병 환자들이라는 점이 퍽 의미 있는 일이다.

프로이트는 그의 논문 「토스토에프스키의 부친살해」에서 그의 발작을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진성 간질이 아니라 그의 무의식에 강하게 잠재되어 있는 부친살해(父親殺害) 의욕이 의식화 할 수 없음으로써 생기는 격심한 무의식적 갈등이 빚어낸 히스테리 발작(發作)이라고 주장한 것도 흥미로운 해석이다.

어쨌거나 그의 작품 속에서 허다한 이상인물(異常人物)들이 등장하여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처참하기 그지 없는 정신의 갈등은 인간심리(人間心理)의 심오성을 유감없이 들어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깊은 감명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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