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칼럼
내용
얼마 전 진료실의 낡은 공기청정기를 새것으로 교환하였다. 종일 생활하는 곳이 도심의 한복판이어서 항시 미세 먼지와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은 공기 오염이 걱정되고 있기 때문에 공기청정기는 필수적인 사무기기가 된지 오래다.
그런데 이 기계의 계기판에는 신통하게도 냄새가 나는 사람이 들어오면 빨간 불이 점점이 불이 들어오는 장치가 있다. 위생상태가 안 좋은 환자가 들어와 악취를 남기고 나가면 이 불은 한참이나 켜진 채로 남고, 정화 모터는 열나게 돌아가면서 냄새를 제거한다.
다큐멘터리 동물영화를 보면 암내를 찾아 헤매는 수컷들의 종족번식 투쟁이 처절하다. 페르몬으로 알려진 호르몬의 냄새가 짝짓기상대를 부른다. 그래서 청년들이 데이트를 하러 나갈 때 페르몬향수를 뿌리면 자연스럽게 성적 분위기를 살린다는 것이다. 냄새로 치료를 시도하는 향기요법이 유행이다. 두통이나 불면 같은 많은 증상들이 향기요법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좋은 냄새야 좋지만 고약한 냄새일 때는 문제가 골치 아프다. 이웃에 있는 피부과 원장님에게서 흥미로운 환자의 얘기를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사내아이가 엄마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아왔는데,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으며 벌써 반년 간을 시달리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피부과 원장님은 엄마가 유식하게 말해주는 아이의 증상을 소상히 듣고 아이의 옷을 벗기며 정밀진찰에 들어갔다. 엄마는 액취증에 대한 수술을 상담하러 왔다는 것인 데, 문제가 좀 이상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암내라고도 하는 액취증의 경우는 독특한 냄새가 있는데 이 경우는 그런 냄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은 아이의 겨드랑이를 알콜 솜으로 씻어주기도 하였고, 아이는 신경을 쓰는 나머지 이제는 학교가기를 싫어하게 되었단다. 옷을 벗은 아이의 몸에서는 아무런 냄새도 없었다.
옷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가 범인이었다. 액취증도 아니고 문제는 옷이었다. 엄마의 옷에서도 같은 냄새가 났다. 병이 아니라는 말에 엄마는 눈물을 주루루 흘리면서 아마도 빨래비누 때문인 것 같다고 술회하였다. 반년 전부터 환경 보호하는 비누라는 제품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냄새 때문에 따돌림을 받는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엄마는 인터넷써칭을 통하여 냄새에 대한 지식들을 모았고 그에 대한 가르침들을 시도해보았지만 허사였다는 것이다. 냄새 때문에 병원에 올 생각은 전혀 못했다고 하면서 공연히 아이를 고생시켰다고 후회막급이었다. 똑똑한 엄마가 과학적 지식을 통하여 서투른 오진을 한 셈이다.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오랜 중년의 여자 환자분은 병원에 올 때마다 매우 깨끗한 외모와 치장에 정성을 들인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 앉아 있으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노인들 곁에 있으면 노인의 냄새가 난다. 홀아비나 노총각일 경우 혹은 사춘기의 총각들에게서도 독특한 냄새들이 난다. 만성병동의 요양원에 있는 환자들에서도 독특한 냄새들이 있다. 아들애가 고등학교 졸업반에 다닐 때, 그 학급에 들어섰을 때 사내 녀석들의 냄새가 매우 독하였다. 나의 고3때는 전혀 알지도, 인식도 못하였던 냄새였다.
오백만개에 달하는 냄새 세포들은 우리 몸에서 가장 민감한 감각기관이다. 동시에 가장 빨리 마비되는 감각이기도 하다. 발 고린내가 가득한 방에 들어가면 수분 후에는 냄새를 모르고 있게 된다. 우리 몸이 환경에 빨리 적응하기 위한 자기보호인 것이다. 분뇨차 청소원들이 불편 없이 일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인 셈이다.
“악취는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든다.” 고 말한 학자가 있다. 열대의 더운 나라 음식들은 일반적으로 강한 향이 있어서 낯선 이방인들에게는 적응이 어렵다. 서양 사람들이 마늘냄새를 지독히 싫어하는 건 습성의 차이에서 오는 횡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냄새는 이렇듯이 문화와 개인차, 건강과 질병 등 다양한 요인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일상의 주변에는 냄새를 피우는 것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개인적인 땀내, 발고린내, 입구린내, 암내, 싱크대악취, 화장실, 상한 음식물 쓰레기 등등. 성도착증으로 여자들의 속옷을 모으는 취미도 있다. 여자의 냄새를 맡는 환상적 방편이다.
선진국의 척도와 냄새는 상관관계가 있다. 향수의 발달이 그것인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에 매우 익숙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래 전에 미국에 갔을 때,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핑크빛 색상의 코트를 입은 등 굽은 할머니가 풍기던 향수냄새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웃을 상쾌하게 배려하는 마음이야 말로 선진국 백성을 측정하는 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내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기 위하여서는 신경써야 할 자잘구레한 일들이 많다. 양치질을 하거나 냄새를 제거하는 마우스워시를 하고, 잦은 샤워나 목욕은 물론 속옷도 자주 갈아입어야 한다. 땀이 많은 사람은 특히나 신경을 써야 하고, 충치, 풍치, 비염, 위염 등 질병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집안의 냄새나 음식 냄새가 옷에 배이니 유의할 일이다.
땀이 많은 계절이 왔다. 서로의 유쾌한 삶을 위하여 향기러운 냄새를 풍기는 시민, 국제도시 부산의 선진시민이 실천해야 할 덕목의 하나가 되어야겠다. 남을배려하지 않는 사람은 인격적으로도 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간주할 수 있으리라. 인격적으로도 향기가 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면 보다 진정한 선진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기계의 계기판에는 신통하게도 냄새가 나는 사람이 들어오면 빨간 불이 점점이 불이 들어오는 장치가 있다. 위생상태가 안 좋은 환자가 들어와 악취를 남기고 나가면 이 불은 한참이나 켜진 채로 남고, 정화 모터는 열나게 돌아가면서 냄새를 제거한다.
다큐멘터리 동물영화를 보면 암내를 찾아 헤매는 수컷들의 종족번식 투쟁이 처절하다. 페르몬으로 알려진 호르몬의 냄새가 짝짓기상대를 부른다. 그래서 청년들이 데이트를 하러 나갈 때 페르몬향수를 뿌리면 자연스럽게 성적 분위기를 살린다는 것이다. 냄새로 치료를 시도하는 향기요법이 유행이다. 두통이나 불면 같은 많은 증상들이 향기요법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좋은 냄새야 좋지만 고약한 냄새일 때는 문제가 골치 아프다. 이웃에 있는 피부과 원장님에게서 흥미로운 환자의 얘기를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사내아이가 엄마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아왔는데,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으며 벌써 반년 간을 시달리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피부과 원장님은 엄마가 유식하게 말해주는 아이의 증상을 소상히 듣고 아이의 옷을 벗기며 정밀진찰에 들어갔다. 엄마는 액취증에 대한 수술을 상담하러 왔다는 것인 데, 문제가 좀 이상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암내라고도 하는 액취증의 경우는 독특한 냄새가 있는데 이 경우는 그런 냄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은 아이의 겨드랑이를 알콜 솜으로 씻어주기도 하였고, 아이는 신경을 쓰는 나머지 이제는 학교가기를 싫어하게 되었단다. 옷을 벗은 아이의 몸에서는 아무런 냄새도 없었다.
옷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가 범인이었다. 액취증도 아니고 문제는 옷이었다. 엄마의 옷에서도 같은 냄새가 났다. 병이 아니라는 말에 엄마는 눈물을 주루루 흘리면서 아마도 빨래비누 때문인 것 같다고 술회하였다. 반년 전부터 환경 보호하는 비누라는 제품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냄새 때문에 따돌림을 받는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엄마는 인터넷써칭을 통하여 냄새에 대한 지식들을 모았고 그에 대한 가르침들을 시도해보았지만 허사였다는 것이다. 냄새 때문에 병원에 올 생각은 전혀 못했다고 하면서 공연히 아이를 고생시켰다고 후회막급이었다. 똑똑한 엄마가 과학적 지식을 통하여 서투른 오진을 한 셈이다.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오랜 중년의 여자 환자분은 병원에 올 때마다 매우 깨끗한 외모와 치장에 정성을 들인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 앉아 있으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노인들 곁에 있으면 노인의 냄새가 난다. 홀아비나 노총각일 경우 혹은 사춘기의 총각들에게서도 독특한 냄새들이 난다. 만성병동의 요양원에 있는 환자들에서도 독특한 냄새들이 있다. 아들애가 고등학교 졸업반에 다닐 때, 그 학급에 들어섰을 때 사내 녀석들의 냄새가 매우 독하였다. 나의 고3때는 전혀 알지도, 인식도 못하였던 냄새였다.
오백만개에 달하는 냄새 세포들은 우리 몸에서 가장 민감한 감각기관이다. 동시에 가장 빨리 마비되는 감각이기도 하다. 발 고린내가 가득한 방에 들어가면 수분 후에는 냄새를 모르고 있게 된다. 우리 몸이 환경에 빨리 적응하기 위한 자기보호인 것이다. 분뇨차 청소원들이 불편 없이 일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인 셈이다.
“악취는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든다.” 고 말한 학자가 있다. 열대의 더운 나라 음식들은 일반적으로 강한 향이 있어서 낯선 이방인들에게는 적응이 어렵다. 서양 사람들이 마늘냄새를 지독히 싫어하는 건 습성의 차이에서 오는 횡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냄새는 이렇듯이 문화와 개인차, 건강과 질병 등 다양한 요인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일상의 주변에는 냄새를 피우는 것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개인적인 땀내, 발고린내, 입구린내, 암내, 싱크대악취, 화장실, 상한 음식물 쓰레기 등등. 성도착증으로 여자들의 속옷을 모으는 취미도 있다. 여자의 냄새를 맡는 환상적 방편이다.
선진국의 척도와 냄새는 상관관계가 있다. 향수의 발달이 그것인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에 매우 익숙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래 전에 미국에 갔을 때,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핑크빛 색상의 코트를 입은 등 굽은 할머니가 풍기던 향수냄새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웃을 상쾌하게 배려하는 마음이야 말로 선진국 백성을 측정하는 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내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기 위하여서는 신경써야 할 자잘구레한 일들이 많다. 양치질을 하거나 냄새를 제거하는 마우스워시를 하고, 잦은 샤워나 목욕은 물론 속옷도 자주 갈아입어야 한다. 땀이 많은 사람은 특히나 신경을 써야 하고, 충치, 풍치, 비염, 위염 등 질병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집안의 냄새나 음식 냄새가 옷에 배이니 유의할 일이다.
땀이 많은 계절이 왔다. 서로의 유쾌한 삶을 위하여 향기러운 냄새를 풍기는 시민, 국제도시 부산의 선진시민이 실천해야 할 덕목의 하나가 되어야겠다. 남을배려하지 않는 사람은 인격적으로도 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간주할 수 있으리라. 인격적으로도 향기가 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면 보다 진정한 선진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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