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칼럼
내용
(펌글)
흔히 수필을 essay의 역어로 생각하나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써왔다. 중국 남송(南宋) 때 홍매(洪邁)의 《용재수필(容齋隨筆)》(74권 5집)의 서문에 "나는 버릇이 게을러 책을 많이 읽지 못하였으나 뜻하는 바를 따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써 두었으므로 수필이라고 한다"라는 말이 보이고, 한국에서는 박지원(朴趾源)의 연경(燕京) 기행문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일신수필(日新隨筆)〉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보인다.
프랑스어의 에세(essai)는 시도(試圖)·시험(試驗)의 뜻이 있는데 이 말은 '계량(計量)하다', '음미(吟味)하다'의 뜻을 가진 라틴어 '엑시게레(exigere)'에 그 어원이 있다. 영어의 essay는 프랑스어의 essai에서 온 말이다. 에세라는 말을 작품 제목으로 처음 쓴 사람은 프랑스의 몽테뉴이며 그의 《수상록(隨想錄)》(1580)은 에세라는 제목을 붙인 서책으로서는 서양 최초의 저서이다. 어원으로 볼 때, 동서양의 수필의 개념은 거의 일치한다.
수필은 일반적으로 사전에 어떤 계획이 없이 어떠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느낌·기분·정서 등을 표현하는 산문 양식의 한 장르이다. 그것은 무형식(無形式)의 형식을 가진 비교적 짧고 개인적이며 서정적인 특성을 가진 산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前記) 홍매의 정의나 "수필은 한 자유로운 마음의 산책, 즉 불규칙하고 소화되지 않는 작품이며, 규칙적이고 질서잡힌 작문이 아니다"라는 S.존슨의 정의나, "수필은 마음속에 표현되지 않은 채 숨어 있는 관념·기분·정서를 표현하는 하나의 시도다. 그것은 관념이라든지 기분·정서 등에 상응하는 유형을 말로 창조하려고 하는 무형식의 시도다"라는 M.리드의 정의 등도 모두 대동소이하다.
수필은 그 정의가 좀 막연한 것과 같이 종류의 분류도 일정하지 않다. 보통, 일기·서간·감상문·수상문·기행문 등도 모두 수필에 속하며 소평론(小評論)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다. 수필을 에세이와 미셀러니(miscellany)로 나누는 이가 있는데 전자는 어느 정도 지적(知的)·객관적·사회적·논리적 성격을 지니는 소평론 따위가 그것이며, 후자는 감성적·주관적·개인적·정서적 특성을 가지는 신변잡기, 즉 좁은 뜻의 수필이 이에 속한다.
영문학의 경우를 전제로 하여 포멀 에세이와 인포멀 에세이로 나누는 이도 있는데, 인포멀이란 정격(正格)이 아니라는 뜻이므로 전자는 소평론 따위, 후자는 일반적인 의미의 수필에 해당한다. 또 중수필(重隨筆)·경수필(輕隨筆)·사색적 수필·비평적 수필·스케치·담화수필(譚話隨筆)·개인수필·연단수필(演壇隨筆)·성격소묘수필(性格素描隨筆)·사설수필 등으로 나누는 사람도 있다.
수필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설이 많다.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론》, 플라톤의 《대화편》, 로마시대의 키케로, 세네카, 그리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등도 수필이라고 할 수 있으나 프랑스의 몽테뉴의 《수상록》을 수필의 원조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영국 수필의 원조는 그보다 17년 늦은 F.베이컨의 《수상록》을 꼽는데 영국에는 그 이후에 C.램, W.해즐릿, L.헌트, T.드 퀸시 등의 유명한 수필가가 배출되었다. 특히 램의 《엘리아의 수필》(1823)은 시정인(市井人)의 여유와 철학이 깃들어 있으며 신변적·개성적 표현이면서도 인생의 참된 모습이 묘사되어 있고, 영국적 유머와 애상이 잘 드러나 있다.
한국에서는 김만중(金萬重)의 《서포만필(西浦漫筆)》, 편자·연대 미상의 조선초의 《대동야승(大同野乘)》, 유형원(柳馨遠)의 《반계수록(磻溪隨錄》, 그리고 고려 때의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 최자(崔滋)의 《보한집(補閑集)》 등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근대 최초의 수필은 유길준(兪吉濬)의 《서유견문(西遊見聞》(1895)이며, 이어 최남선(崔南善)의 《백두산 근참기(白頭山覲參記)》 《심춘순례(尋春巡禮)》(1927), 이광수(李光洙)의 《금강산유기(金剛山遊記)》 등이 간행되었으나 이것들은 모두 기행문으로서의 수필이다.
그뒤 김진섭(金晋燮)의 《인생예찬(人生禮讚)》 《생활인의 철학》, 이양하(李敭河)의 《이양하수필집》, 계용묵(桂鎔默)의 《상아탑(象牙塔)》 등이 나왔으며, 이 밖에 조연현(趙演鉉)·피천득(皮千得)·안병욱(安秉煜)·김형석(金亨錫)·김소운(金素雲) 등의 등장으로 한국의 수필문학은 종래의 기행문적인 것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인생체험에서 우러나온 수필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수필을 essay의 역어로 생각하나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써왔다. 중국 남송(南宋) 때 홍매(洪邁)의 《용재수필(容齋隨筆)》(74권 5집)의 서문에 "나는 버릇이 게을러 책을 많이 읽지 못하였으나 뜻하는 바를 따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써 두었으므로 수필이라고 한다"라는 말이 보이고, 한국에서는 박지원(朴趾源)의 연경(燕京) 기행문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일신수필(日新隨筆)〉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보인다.
프랑스어의 에세(essai)는 시도(試圖)·시험(試驗)의 뜻이 있는데 이 말은 '계량(計量)하다', '음미(吟味)하다'의 뜻을 가진 라틴어 '엑시게레(exigere)'에 그 어원이 있다. 영어의 essay는 프랑스어의 essai에서 온 말이다. 에세라는 말을 작품 제목으로 처음 쓴 사람은 프랑스의 몽테뉴이며 그의 《수상록(隨想錄)》(1580)은 에세라는 제목을 붙인 서책으로서는 서양 최초의 저서이다. 어원으로 볼 때, 동서양의 수필의 개념은 거의 일치한다.
수필은 일반적으로 사전에 어떤 계획이 없이 어떠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느낌·기분·정서 등을 표현하는 산문 양식의 한 장르이다. 그것은 무형식(無形式)의 형식을 가진 비교적 짧고 개인적이며 서정적인 특성을 가진 산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前記) 홍매의 정의나 "수필은 한 자유로운 마음의 산책, 즉 불규칙하고 소화되지 않는 작품이며, 규칙적이고 질서잡힌 작문이 아니다"라는 S.존슨의 정의나, "수필은 마음속에 표현되지 않은 채 숨어 있는 관념·기분·정서를 표현하는 하나의 시도다. 그것은 관념이라든지 기분·정서 등에 상응하는 유형을 말로 창조하려고 하는 무형식의 시도다"라는 M.리드의 정의 등도 모두 대동소이하다.
수필은 그 정의가 좀 막연한 것과 같이 종류의 분류도 일정하지 않다. 보통, 일기·서간·감상문·수상문·기행문 등도 모두 수필에 속하며 소평론(小評論)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다. 수필을 에세이와 미셀러니(miscellany)로 나누는 이가 있는데 전자는 어느 정도 지적(知的)·객관적·사회적·논리적 성격을 지니는 소평론 따위가 그것이며, 후자는 감성적·주관적·개인적·정서적 특성을 가지는 신변잡기, 즉 좁은 뜻의 수필이 이에 속한다.
영문학의 경우를 전제로 하여 포멀 에세이와 인포멀 에세이로 나누는 이도 있는데, 인포멀이란 정격(正格)이 아니라는 뜻이므로 전자는 소평론 따위, 후자는 일반적인 의미의 수필에 해당한다. 또 중수필(重隨筆)·경수필(輕隨筆)·사색적 수필·비평적 수필·스케치·담화수필(譚話隨筆)·개인수필·연단수필(演壇隨筆)·성격소묘수필(性格素描隨筆)·사설수필 등으로 나누는 사람도 있다.
수필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설이 많다.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론》, 플라톤의 《대화편》, 로마시대의 키케로, 세네카, 그리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등도 수필이라고 할 수 있으나 프랑스의 몽테뉴의 《수상록》을 수필의 원조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영국 수필의 원조는 그보다 17년 늦은 F.베이컨의 《수상록》을 꼽는데 영국에는 그 이후에 C.램, W.해즐릿, L.헌트, T.드 퀸시 등의 유명한 수필가가 배출되었다. 특히 램의 《엘리아의 수필》(1823)은 시정인(市井人)의 여유와 철학이 깃들어 있으며 신변적·개성적 표현이면서도 인생의 참된 모습이 묘사되어 있고, 영국적 유머와 애상이 잘 드러나 있다.
한국에서는 김만중(金萬重)의 《서포만필(西浦漫筆)》, 편자·연대 미상의 조선초의 《대동야승(大同野乘)》, 유형원(柳馨遠)의 《반계수록(磻溪隨錄》, 그리고 고려 때의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 최자(崔滋)의 《보한집(補閑集)》 등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근대 최초의 수필은 유길준(兪吉濬)의 《서유견문(西遊見聞》(1895)이며, 이어 최남선(崔南善)의 《백두산 근참기(白頭山覲參記)》 《심춘순례(尋春巡禮)》(1927), 이광수(李光洙)의 《금강산유기(金剛山遊記)》 등이 간행되었으나 이것들은 모두 기행문으로서의 수필이다.
그뒤 김진섭(金晋燮)의 《인생예찬(人生禮讚)》 《생활인의 철학》, 이양하(李敭河)의 《이양하수필집》, 계용묵(桂鎔默)의 《상아탑(象牙塔)》 등이 나왔으며, 이 밖에 조연현(趙演鉉)·피천득(皮千得)·안병욱(安秉煜)·김형석(金亨錫)·김소운(金素雲) 등의 등장으로 한국의 수필문학은 종래의 기행문적인 것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인생체험에서 우러나온 수필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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