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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목

상처로 이루어진 이야기들 2

작성자
코스모스
작성일
2006.11.09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1653
내용
따가운 햇볕 내리쬐던 하늘이 한순간에 어두운 먹구름 머금고
우중충한 빗줄기를 자동차위에 사정없이 내리 붓는다.

뒷자리에 앉아계시던 어머니가 문득,
"요즘은 비도, 바람도 예전같지가 않아.
뭔가 화가 난것 같애." 라고 하신다.

확실히 그렇다. 바람도, 빗물도 서서히 성난듯이 변해가고 있다.
우리가 의식하든, 모르든지 간에...

길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과거로 이어지고
그 길마다는 삶의 흔적들인 크고 작은 상처들로 얼룩져 있다.

보길도 땅밟기때, 진도 용장산성 오르는 길에서 보았던
싱아의 어리고 푸른 잎들과
박완서님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는 개인사의 발자취이지만 동시에, 시대문화정신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한 단면이자 이정표가 된다.

나의 땅밟기는 그분의 개인사와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길은 사람과 사람, 역사와 사람 사이를 오가며 이어준다.
흘러오고, 또 흘러가는 사이에 사람도. 자연도. 길도. 자꾸 변한다.

최근에, 이동식박사의 '현대인과 노이로제' 현대인의 정신건강',
박범신의 '더러운 책상'을 읽으면서
해방이후 흘러온 험난한 현대사의 흔적들이
우리들 개개인의 내면에 웅크린 어두운 자화상과, 상처들과
무관하지 않음을 되새겨 보았다.

달콤한 꿈과 환상속으로 달아나 고통스런 기억들을 외면한다해도
컴컴한 무의식의 수면아래 감추어져 있던 것들은, 언젠가는
나의 현재의 일부가 되어 길위에서 마주칠 것이다.

길을 가면서도 길위에서 자주' 뒤돌아보는 행위'가 필요한 것은
우리의 현대사가 보다 객관적인 조망을 확보할 필요가 있듯이
개개인이 지나온 길 또한 전체적, 객관적 시야를 확보해야 하기때문이다.

길을 잘못 들었거나하여 혼란과 균열이 있을 때,
길의 방향성을 상실하였을 때,
오늘의 질곡된 현상이 어디로부터 말미암았는지를 통찰한다면
지나온 혼란을 딛고, 보다 확실하고 명쾌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도 있다.

만일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면,
제대로된 반항이나 저항이야말로 사회의 모순을 표면화하여
정화시키는 힘이 된다. 반항은 개개인의 건강성을 확인하는 척도가 된다.

이동식박사는 겉으로 고분고분하고 착실한 모범생이 사실은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더러운 책상'에서 작가는,
"교실로 가는 길은 학문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교실로 가는 히말라야시더 사잇길을 검은 교복의 물결이 아침저녁 가득 채우는 것은,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갖춰 마침내 참된 문화의 중심에 이르려는 지성을 좇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욕망의 야만성을 전략적으로 컨트롤해서, 많이 먹고 굵은 똥을 누기 위해서이다. 학문을 명패삼아 알고 보면 오로지 항문을 쌓는 히말리아시더의 길. 많이 먹고 굵은 똥을 누는 사람을 존경하는 미친 세상이 온다..."
라고 말한다.

사실, 일전에 故김선일씨 사건에서도 보았듯이
오늘날의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합리적 이성이 아니라 욕망의 야만성이다.

세계 곳곳의 저변에는 힘에의 욕망덩어리가 흘러다닌다.
세계는 이미 맹목적 욕구의 오물덩어리로 타락해 있다.
그것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이야기 할수 있는 것은 영혼의 순수성이다.

작품속의 그는, 예민하지만 위험한 감수성을 지닌 아웃사이더이다.
모든 아웃사이더들은 이쪽과 저쪽세계의 틈새에 존재한다.
그의 의식은, 가파른 낭떠러지의 이쪽과 저쪽사이에서 팽팽한 긴장위에
위태롭게 서있다.
이 소설이 헷세나 샐린저 류보다도 공명이 큰 까닭은1960 ~70년대
우리의 풍속과 문화역사를 작가자신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의 내면적 고백은, 비록 표면적으로는 착실한 학생이었음에도
불안과 고독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던 때의 어두운 나의 자화상을
돌아 보게하고, 우리시대 정신사가 지닌 상처와 아픔들을
體化된 아픔들로 거침없이 까발려 보여준다.



.................우중충한 하늘. 구정물 같은 빗물 흘러다니는 도로변.
이리저리 격렬하게 흔들리는 빗줄기를 들여다 보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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