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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 상처로 이루어진 이야기들 1

작성자
코스모스
작성일
2006.11.09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1426
내용
내일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된다던가요.
선생님, 그간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그저께 어머니와 고모님 두분을 모시고,
통도사 골골 암자를 거쳐 경주에서 1박하고 불국사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동식박사의 "현대인과 노이로제" "현대인과 정신건강"을 다 읽고
지금은 박범신의 "더러운 책상"을 읽는 중입니다.

삶은 어떻게든, 크고 작은 상처들과 더불어 자라고
늙어가는듯 합니다.

두분 할머니의 삶의 모습에서, 박범신의 성장소설에서
저는 삶의 곪고 터진 상처들을 반복해서 확인하곤 합니다.

벗어나고만 싶었던 암담한 젊은 날부터 아직도 부모형제곁을 떠나지 못하고,
심지어 닮아있기까지 한 것이 제 삶의 모순이지요.
어머니에게 평생 원망과 푸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듯이
저또한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어린아이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불안과 고독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던 나날이 떠오릅니다.
처절하게 버림받았다는 유년시절의 세계에서 지금까지,
만 세살 이전에 어떤 삶을 살지가 결정된다는 말이 옳은 듯합니다.

이전에, 어떤 명문대생이 부모를 살해한 기사가 났을 때
그의 심정이 깊이 와닿았던 적이 있습니다.
어떻든, 지금은 그 모두가 본인들이 선택하고 헤쳐나가야할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요, 업연이라 생각합니다.

윤회의 고리를 생각하니 엊그제,
경주에서 곧장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간답시고
지도 한번 펴 본 적없이, 감포로 울산방어진으로 빙둘러 갔다왔다
제자리 걸음하던 일이 떠오릅니다. (길치, 방향치거든요.)

제가 여태껏 살아온 모습이 꼭 이와 같지 않나 싶었습니다.
어디론가 달아나거나 가려고 하는데 벗어나지는 못하고
빙빙 제자리를 돌고 있는 겁니다.
두려운 것은 앞으로도 자꾸 둘러 다니면 어떡하나하면서도
아는 길로만 가는 것은 싫거든요.
(앞으로는, 지도책 미리 펴놓고 연구를 해 보겠습니다. 단, 할머니들은
늘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하고,
잠시도 입을 다물지 못하시기 때문에 집중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남들은 '사랑' '사랑'하지만 제가 유년기와 성장기를
철저한 무관심과 억압속에 자라서
평생 누군가에게 어떤 요구를 한적도,
부당한 요구를 딱 잘라 거절해 본적도,
제대로 화를 내 본 적도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덕분에 사회생활땐 무지 힘들었지요.지금은 조금씩 노력합니다.

'사랑'의 전제조건이 '대화'와 '관심'이라는 걸
최근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사람에 대한 의존과 기대는 앞으로 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주변에 베풀어줄 '사랑의 힘'이 미약함을
절절히 느낍니다. 남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
이동식 박사님같이 자유롭지 못하고 제가 먼저 지쳐버립니다.
일찍 비바람에 떨어진 풋과일이 제대로 익은 과일의 향기를
모방할 수는 없는가 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쁜 習氣가 훈습으로 조절되리라고도 생각합니다.

궂은 비바람이 지나면 언젠가
맑게 개인 날의 평온함도 세월이 가져다 줄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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